[기자의 눈/조종엽]‘쇠고기 …’ 편에서도 자성 없는 PD수첩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 편에서도 자성 없는 PD수첩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딸의 사인이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라고 말했는데 제작진이 vCJD(인간광우병)로 자막을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빈슨의 어머니가 두 용어를 각각 사용한 화면을 보여주며) 두 용어를 섞어 사용한 것은 어머니의 실수가 아니었다. 영국 타임지(誌)나 미국 법정 드라마도 인간광우병을 CJD로 표기했다.”

MBC PD수첩이 28일 밤 ‘한미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을 방영하면서 1년 전 프로그램이 받았던 의도적 오역 지적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4월 29일 PD수첩이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 게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PD수첩은 미국 드라마 ‘보스턴 리걸’에서도 vCJD를 CJD라고 했다며 해당 장면을 내보냈다.

외국 드라마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는 것은 옹색하다. 드라마는 스쳐 지나가는 오락물이었지만 지난해 PD수첩 이후 한국 사회가 100여 일간 ‘미국 소는 미친 소’ 등을 외치는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CJD와 vCJD는 헷갈릴 수도 있지만 둘은 크게 다른 질병이다. 특히 PD수첩의 의도적 오역은 번역을 맡았던 정지민 씨가 여러 차례 지적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도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죽었다는 방향으로 특수하게 (PD수첩의) 번역이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이 오역을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PD수첩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제작진 체포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언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소환에 불응해왔다”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사의 인터뷰를 인용해 “제작진이 (검찰에) 나가기 시작하면 다른 신문사 기자들도 나가야 하고 자료를 제출하면 비판 발언을 했던 제보자들의 신분이 노출되고, 방송이 사실상 없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전 PD수첩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비판했느냐가 논란의 초점이며 이 방송으로 신분이 노출돼 위험한 제보자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PD수첩이 28일 기존 주장을 반복한 탓으로 1년 전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으로 연결시킨 과정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더욱이 MBC는 진상이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자체 조사도 하지 않았다. MBC가 PD수첩으로 인해 1년 내내 의혹의 진원지가 된 것도 안팎의 조사를 거부하며 책임이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자사 전파’를 통해 내보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먼저 스스로 의혹의 덮개를 깨야 했지만 28일 방송 역시 그러지 못했다.

조종엽 문화부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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