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쇄신 나서라는 유권자들의 명령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어제 치러진 5곳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단 한 곳도 건지지 못하고 완패했다. 경기 시흥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졌다. 전북 전주의 두 곳을 빼고는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했지만 표심은 외면했다. 뜨뜻미지근한 국정 운영, 정치력 빈곤, 낡은 계파 집착과 공천 실패 등이 빚은 결과다. 10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지만 신선한 맛도, 결연한 개혁 의지도 못 보인 정권을 유권자들은 더는 끌어안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올가을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도 늙고 둔중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늘부터 정권의 쇄신(刷新)에 돌입해야 미래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결과 이상으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더 한심한 선거였다. 소규모 선거인데도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 번 뚜렷이 드러냈다.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씨가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다 탈당해 당선이 손쉬운 옛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대의명분에 반하는 선택이었다. 그는 전주 완산갑에 신건 후보까지 끌어들여 무소속 연대를 급조했다. 명망가 선호와 소지역주의에 기댄 선거운동이자 정당정치에 대한 배반이었다. 야당의 미래나 정책에 대한 비전은 실종되고 누가 호남의 적자(嫡子)이냐를 놓고 아전인수식 설전만 난무했다.

경북 경주에서도 정당정치가 도전을 받았다.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사실상 당내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대리전을 벌였다. 친이계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우려해 작년 총선에서 낙선한 정종복 후보를 무리하게 내세워 총력 지원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사퇴 종용 논란도 불거졌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무소속 정 후보의 당선이 친박 바람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계파 간 갈등이 도지는 한나라당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유일한 수도권 지역인 인천 부평을에서는 여야 지도부 모두 GM대우 회생 방안과 관련해 시장원리를 짓밟고 실현 가능성도 의문시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선거 포퓰리즘의 극치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에도 호남과 영남에 발붙이지 못해 동서(東西) 지역주의의 철옹성이 다시금 확인됐다. 울산 북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에다 민주당 후보가 자진 사퇴해 당당한 정당 대결보다는 야합 선거의 그늘이 짙었다. 5개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40.8%로 역대 재·보선 때에 비해 다소 높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는 금배지에 목을 맨 하류(下流)정치가 춤을 춘 선거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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