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열린우리당은 ‘난닝구(옛 민주계) 대 빽바지(강경 진보파)’로 나뉘어 극심한 당내 노선 대립을 보였다. ‘모래알 거대 여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과 기름’처럼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갈린 지금의 한나라당과 당시 상황은 너무 비슷하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 때문에 급히 수정안을 마련한 것과 ‘GM 대우 살리기’ 공약을 놓고 노출된 당정 간 엇박자는 4년 전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을 놓고 대립했던 당정 관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4·29 재·보선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도 꼭 빼닮았다. 청와대는 “이번 재·보선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4년 전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도 4·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일시적인 여론의 흐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확연히 다른 점은 당시 열린우리당과 지금 한나라당의 지도부 처신이다. 열린우리당은 재·보선에서 질 때마다 당 대표가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이 존재한 4년 동안 당 대표는 무려 9번이나 교체됐다. 하지만 4·29 재·보선 참패 다음 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무슨 일만 생기면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이 열린우리당 몰락의 계기가 된 만큼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재·보선 패배 때마다 지도부를 바꾸다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경우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완패했는데도 지도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재·보선을 ‘동네 선거’라고 규정하는 청와대나, 대표 대신 사무총장에게 총대를 짊어지게 하려는 한나라당의 처신을 보면 과연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경종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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