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과학자들은 지구로부터 50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구의 8분의 1 크기인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별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 별은 죽어가는 백색왜성으로, 무거운 중력으로 인한 고온 고압 때문에 탄소의 원자배열이 바뀌어 다이아몬드가 된 것이다. 학자들은 ‘하늘의 다이아몬드’인 이 별에도 루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틀스의 노래를 연결 고리로 전혀 관계없는 별과 화석이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화석 루시는 인류의 기원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신장 1m 안팎의 루시는 턱이 튀어나오고 이마는 뒤로 밋밋한 경사를 이루어 원숭이와 모습이 유사했지만 뇌 용량이 원숭이보다 컸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면서 두 발로 걸을 수도 있었다. 1871년 찰스 다윈은 자신의 저서 ‘인류의 기원과 성에 따르는 선택’에서 아프리카가 모든 인류의 고향이라고 주장했다. 루시가 발견되자 침팬지 조상과 현생인류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가 과연 이 종(種)인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루시의 발견자인 조핸슨 박사(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개교 60주년을 맞은 경희대가 유엔경제사회국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세계시민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조핸슨 박사는 어제 경희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루시보다 더 오래된 화석들이 발견돼 루시가 인류의 직계조상이었을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인류의 진화계보에서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의 신비를 많이 풀어냈지만 현생인류의 기원에 대해선 아직도 충분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고인류학자들의 상상력을 빌려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려면 제2, 제3의 루시가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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