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도 쇄신과 단합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쇄신과 단합 두 가지를 박 대표 중심으로 잘해 가야 한다”며 박 대표에게 신임과 무게를 실어주었다. 당을 어떤 식으로 재정비하든 현 지도부 체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친이 친박계로 갈린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이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상징성이나 모양새에서는 그럴듯하지만 약점도 수두룩하다. 원내대표를 노리는 몇몇 의원의 양보와 친이 친박계 다수 의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당내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친박계의 허태열 최고위원에 이어 김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는다면 친박계로서는 당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이 정도에 만족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적극 나설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신뢰 회복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이제 우리 당에서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당내뿐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서 계파를 초월한 인사를 통해 그런 의지를 보여줘야 실질적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쇄신을 도모하려면 지도부가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 구성될 당 쇄신위원회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옳다. 쇄신위 위원장과 위원은 중립적이고 폭넓은 공감을 받는 인물을 앉혀야 한다. 사심(私心)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당 쇄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면 모처럼의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쇄신은 결국 정권의 성공, 나아가 국정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까지도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모양 갖추기’보다는 ‘감동의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쇄신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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