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하변에서 ○로 싸움을 유도하자 백은 이를 외면하고 상변 ○로 막아 전선(戰線)을 바꿔 버렸다. 이는 바둑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승부 호흡이다. 백은 하변에서 싸워도 불리하지 않지만 더욱 유리한 지형에서 싸워 흑을 몰아붙이겠다는 것이다. 흑 77은 굴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백이 손을 뺀 하변 쪽에 두고 싶지만 상변에 백이 한 수를 더 두면 좌상 흑이 잡혀 피해가 너무 크다. 백의 뜻대로 바둑이 굴러가고 있다.
더욱이 백 96, 98로 두텁게 막은 수가 하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만약 백이 선수를 잡아 하변에 먼저 손을 대면 흑 ○가 궁지에 몰린다. 백은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데 흑은 꼬일 대로 꼬였다. 흑은 마지막으로 흑 101, 103으로 상변 백을 포위해 본다. 백이 타개책을 갖고 있는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