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사회적 논의기구를 요구할 때 “국회 일을 밖에 맡기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여야 합의를 존중하리라는 믿음에서 그냥 넘어갔다. 그래 놓고 약속했던 ‘100일’도 안 돼 이를 깨는 것은 사인(私人) 간에도 해선 안 될 일이다. 합의 당사자였던 원혜영 원내총무의 임기가 사실상 만료되자 기다렸다는 듯 “나는 합의해준 바 없다”고 하다니 인간적 배신감마저 느끼게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므로 다수결로 표결 처리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민주주의 원칙과 거리가 멀다.
미디어 관계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위헌결정이 난 악법을 개정한 신문법과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방송법 등 4개 법안으로 민주주의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민주당은 ‘재벌에 방송 줄래’라는 식의 논리로 반대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선진국 중 신문방송 겸영을 막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사의 캐럴 멜턴 부회장은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데는 규제완화가 큰 몫을 했다”며 “시장 개방으로 미디어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아무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도 세계 미디어산업은 진입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진하되 여론의 다양성 훼손을 막는 보완책을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제 민주당 원로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좌향좌’ 행보에 우려하며 중도층을 잡아야 산다고 했다. 정 대표는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입지를 굳히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미디어 관계법을 제물(祭物)로 택하려는 모양이다. 미디어산업 투자가 활성화하면 콘텐츠와 정보통신을 융합한 일자리 2만여 개가 생겨 젊은 인재들이 꿈을 펼 수 있다. 제1야당의 대표로서 ‘좌향좌’를 고집하며 젊은이들의 꿈을 꺾는 일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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