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4년 부산-밀양대를 비롯해 8개 국·공립대를 통폐합하며 사립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나 대학들은 5년간 이를 외면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20∼50%에 불과한 지방 대학들도 모집정원을 줄이거나 다른 사립대학과 합병하는 자구노력은 하지 않고 정부지원에만 매달리고 있다. 대학이 파산하면 그 피해가 학생과 지역사회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타율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부실 사립대학들이 구조조정을 서로 미루다 보면 일본처럼 대학이 파산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센다이 도호쿠문화학원대가 2006년 경영난으로 파산한 것을 비롯해 많은 사립대학이 문을 닫았다. 2007년 559개 사립대의 40%, 2년제 사립단기대의 62%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일본 문부성은 회생 가능한 대학들은 살리고 부실한 대학들은 퇴출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놓고 대학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바탕으로 인재 를 육성해 경제개발에 기여했으나 지금은 되레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을 듣는 형편이다. 83.8%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으로부터는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평가에서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대학은 서울대(50위)와 KAIST(95위) 둘뿐이다. 대학들이 신입생 증원 등 양적 팽창에만 신경을 쓰고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탓이 크다.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이 어려운 까닭은 대학을 정리하고 싶어도 재산이 전부 국고로 귀속되어 설립자가 알거지가 되는 불합리한 제도 탓도 크다. 대학선진화위원회는 부실 사립대학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혼란이 없도록 하고 대학 설립자가 일정 부분의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퇴로(退路)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