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Wisdom for CEO]東施效顰(동시효빈)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남의 것이 좋다고해서
무작정 흉내내다보면
자신의 가치마저 잃어

중국 저장(浙江) 성 시골 나무꾼의 딸이었던 서시(西施)는 ‘미인계’의 대명사로 불린다. 월(越) 왕 구천(句踐)은 서시를 발탁, 훈련해 오(吳) 왕 부차(夫差)를 무너뜨리는 미인계에 사용했다. 이후 서시는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즉 미인을 경계하라는 교훈으로 자주 언급되는 오명을 얻었다.

서시와 관련된 고사로 ‘동시효빈(東施效빈)’이 있다. 남의 것을 따라 하다가 결국 자신의 것마저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는 이렇다. 어느 마을에 ‘시(施)’씨 성을 가진 미모의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이 마을 서쪽 언덕에 있어 ‘서시(西施)’라고 불렸다. 마을 동쪽 언덕에는 시씨 성을 가진 추녀가 살았다. 이 여인은 동쪽에 사는 시씨라고 해서 ‘동시(東施)’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시와 동시, 한마을에 살고 있는 둘은 미녀와 추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마을에서 미인으로 인정받던 서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못생긴 동시는 오로지 서시처럼 되기 위해 살았다. 서시의 옷을 따라 입고, 머리 모양을 흉내 냈다.

서시는 선천적인 가슴 통증이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갑자기 아픔을 느껴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를 본 동시도 가슴을 쥐어뜯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서시가 남들에게 미인으로 인정받는 행동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본받을 ‘효(效)’자에 찡그릴 ‘빈(빈)’자를 쓰는 ‘효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 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이다. 못생긴 동시가 얼굴까지 찡그리며 다니자,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문을 걸어 잠그고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렸다는 얘기다.

동시효빈은 ‘동시가 서시의 얼굴 찡그리는 것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남의 모습만 흠모하고 따라 하려다 결국 모든 사람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자신의 본래 모습까지 잃어버린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우화를 쓴 장자의 의도는 물론 따로 있었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지나간 시대의 가치관을 본받으며 전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비유로 이 이야기를 썼다. 지나간 과거는 서시고, 그 과거에 집착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동시다. 아울러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를 이유는 없다. 학은 긴 다리가 본성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맹자(孟子)는 연(燕)나라에서 조(趙)나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실패한 어느 유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동시효빈의 우화를 설명하고 있다. 연나라의 어느 부자는 아들을 조나라로 유학 보내 당시 유행하던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배워오게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어설프게 걸음걸이를 흉내 내던 아들은 자신의 걸음걸이까지 잊어버리고 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요즘에도 동시 같은 사람이 너무 많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무조건 따라 한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직의 혁신이든 개혁이든 자신의 환경에 맞는 고민과 생각 없이 시행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 내가 지닌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갈 때 흔들리지 않는 그 조직만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세상에는 수만큼 다양한 모습과 가치가 존재한다.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면 논리에 맞지 않다. 긴 다리를 지닌 학이든, 짧은 다리를 가진 오리든 모두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남들의 눈치와 분위기에 발목이 잡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장자의 일갈(一喝)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3호(2009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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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경영/외부의 최고와 손잡는 루이뷔통

외부 인사에게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는 콜래보레이션(협업)이 패션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패션계의 악동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뷔통의 디자이너로 뽑힌 후 그래픽 아티스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손잡았다. 이를 통해 명품 가방에 스프라우스의 장난스러운 글자를 가득 그려 넣은 ‘그래피티 백’이 탄생했다. 그래피티 백의 외양은 루이뷔통 가방에 글자를 더한 것뿐이지만 이 작은 변화로 젊은 세대는 루이뷔통을 ‘엄마와 할머니가 좋아하던 브랜드’가 아닌 ‘내가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여기기 시작했다.


▼Women Leadership/화초도, 싸움닭도 No!…일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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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논문 하나로 나폴레옹 사로잡은 조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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