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SC제일은행 교육센터. 잔뜩 찌푸린 표정의 30대 여성 앞에서 지긋한 나이의 남성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서 과장, 우리 진지하게 얘기 좀 해 봅시다. 내 생각에는 서 과장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우리 지점의 실적이 훨씬 좋아질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개선 포인트는….” 상사의 설명에도 부하 직원의 표정은 계속 굳어 있다. ‘대체 왜 저렇게 뻣뻣하게 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럼에도 상사는 낯빛을 붉히지 않고 설득에 열심이다.
사실 두 사람은 진짜 상사와 부하 직원이 아니다. 이들은 ‘저성과 직원 코칭’이란 주제로 역할극을 벌이는 중이다. 이 역할극은 리더의 행동을 개선해 직원 몰입도를 올리려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의 일부다.
○ 몰입도 높이면 기업의 재무성과 높아져
전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면서 직원의 ‘업무 몰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업무 몰입이란, 직원이 직장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시간과 지력(brain-power),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해미시 디어리 타워스페린-ISR(International Survey & Research) 아태지역 사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그리 많지 않은 유형자원 투자로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몰입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원의 업무 몰입은 개인성과는 물론 기업의 재무성과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타워스페린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높은 기업은 연구 기간(3년) 동안 영업이익률(+3.74%)과 순이익률(+2.06%)이 모두 올라갔다. 반면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낮은 기업은 영업이익률(―2.01%)과 순이익률(―1.38%)이 모두 떨어졌다.
몰입은 이직률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 직원이 업무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그 해결에 몰입했을 때 기존의 관행과 다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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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기업 리더들 ‘몰입의 순간’에 잘 대처못해
기업이 직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몰입의 여러 가지 동인(動因)을 이해하고 이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몰입의 동인 중 불황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직원들에게 심적 안정감과 장기적 방향성을 제공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리더십은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의 75% 정도와 관련이 있다. SC제일은행이 직원 몰입도 향상을 위해 리더십 교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몰입의 동인 이외에 ‘몰입의 순간’도 매우 중요하다. 몰입의 순간은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높이고 유지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나 기회를 말한다. 주요한 몰입의 순간에는 채용 및 입사, 직장생활 초기, 성과관리, 개인 의사소통 등이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리더들이 몰입의 순간에 적절히 대처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광모 한국왓슨와이어트 상무는 “최근 실시한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한국 리더들의 ‘몰입의 순간 대처 역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리더들이 몰입의 순간에 잘 대처하는가’란 질문에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 응답자들은 57%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응답자들은 4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 ‘몰입의 딜레마’ 최소화할 전략 마련해야
불황기에는 많은 인사조직 전문가들이 ‘몰입의 딜레마’에 의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몰입의 딜레마는 직원의 몰입이 필요한 위기의 시기에 역설적으로 직원들의 몰입 수준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리더들이 변화 관리를 잘하지 못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상황을 은폐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구체적으로는 고용 불안, 증가하는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다.
몰입도가 낮은 직원(저성과자)이 고용시장 불안을 피해 이직을 기피함으로써 생기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저성과자는 회사 전체의 성과를 떨어뜨리며, 자신의 일을 고성과자가 떠맡게 해 고성과자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되면 고성과자는 스트레스와 업무 탈진으로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현명한 조직은 내부의 문제점을 조기에 파악하고 몰입도 딜레마를 최소화할 전략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내부 문제점은 직원 설문조사 등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직원 몰입도 향상에 대한 스페셜리포트는 5월 15일자 동아비즈니스리뷰 3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패션과 경영/외부의 최고와 손잡는 루이뷔통
외부 인사에게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는 콜래보레이션(협업)이 패션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패션계의 악동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뷔통의 디자이너로 뽑힌 후 그래픽 아티스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손잡았다. 이를 통해 명품 가방에 스프라우스의 장난스러운 글자를 가득 그려 넣은 ‘그래피티 백’이 탄생했다. 그래피티 백의 외양은 루이뷔통 가방에 글자를 더한 것뿐이지만 이 작은 변화로 젊은 세대는 루이뷔통을 ‘엄마와 할머니가 좋아하던 브랜드’가 아닌 ‘내가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로 여기기 시작했다.
WIN(Women In iNnovation)은 지금보다 남녀차별이 훨씬 심했던 시절에 남성과 경쟁해 리더 자리에 올라선 국내외 기업 여성 임원들의 모임이다. WIN 회원인 손병옥 푸르덴셜 부사장, 조화준 KTF 전무 등은 “남자들과 업무량이 똑같다면 업무의 질을 1.5배로 높이고 질이 똑같으면 업무량을 1.5배로 늘려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유리 천장이 생긴 데에는 여성들도 책임이 있다며, 자신에게 필요할 때는 여성성을 앞세우고 그 반대일 때는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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