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안팎에서 재판 개입이냐, 사법행정권 행사냐를 놓고 논란을 벌인 신 대법관 문제에 대한 윤리위 결정은 양측의 극단적 주장을 배제한 결론이라고 본다. 이 대법원장은 윤리위 권고를 받아들여 이번 파문을 합리적인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대법관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갈등을 확대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리위는 신 대법관이 촛불시위 관련 피고인의 보석에 신중하라고 말하거나, e메일을 통해 재판 진행을 독촉한 것에 대해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도 적법하고 적절한 수단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윤리위는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았고 재판권 개입 행위를 시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징계 권고를 피했다. 대법원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사법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판은 법원 안팎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판사가 개인적인 소신이나 편향된 이념에 따라 법률의 해석을 넘어서는 판결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재판은 엄정성에 못지않게 신속성도 중요하다. 개인이나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판결이 지체될 경우 법원장은 신속한 재판을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8월과 10, 11월 법원장 때 문제됐던 사안이 대법관에 임명된 뒤 다시 불거진 것은 사법부 내 갈등 때문이라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일부 젊은 판사와 법원 일반직들은 신 대법관의 사퇴를 몰아붙이고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이를 거들었다. 이들은 법관의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런 행위야말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번 파문이 사법권 독립의 내실(內實)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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