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장은 10표, 리파이 사무차장은 20표. 겉으로 나타난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적지 않은 표차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차이가 벌어진 10표가 아니라 오 사장이 얻어낸 10표다.
리파이 당선자는 현직 사무차장이고 회의가 그의 ‘홈 무대’에서 열렸다는 결정적인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오 사장의 배경은 불리함투성이였다. 무엇보다 그는 올해 2월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외국인 입국자가 한국인 출국자보다 많은 적이 없는 ‘관광산업 후진국’ 출신이다. 그나마 10표라도 얻은 것은 오 사장을 비롯한 관광공사 임직원들과 우리 정부가 열심히 뛴 데 따른 결과다.
우선 오 사장은 지난 7개월간 27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한 표’를 호소했다. 외교통상부는 각국 한국대사관을 적극 활용해 오 사장이 방문하는 국가마다 유력 인사를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유세 전략 수립에 힘을 보탰다.
관광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함께 배려한 공약도 폭넓은 호감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오 사장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관광 진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UNWTO 회원국의 민원을 빠른 시간에 처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결과 유세 막바지에는 유럽 선진국과 제3세계 집행이사국들이 오 사장에게 호감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흘린 땀이 많았던 만큼 허탈감 또한 클 것이다. 누구보다 귀국하기 위해 짐을 꾸리는 오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패배의 충격에 오래 빠져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번 기회를 위해서라도 오 사장이 서둘러 해야 할 일이 많다. 오 사장은 올해 가진 몇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비위생적인 관광지 시설 문제와 쾌적하지 못한 교통수단 등 우리 관광인프라의 문제점을 아주 구체적으로 지적해 왔다. 우리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다면 10표의 벽을 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원주 산업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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