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부부가 거짓말을 했다가 검찰이 용처와 관련한 증거를 제시하자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진술인들 믿을 수 있겠나 싶어진다.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내세우며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다고 했는데, 거짓말도 방어권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국정 최고책임자로 대한민국을 이끈 인물이 거짓말을 늘어놓고 말을 바꾸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잡범(雜犯)’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치욕을 당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의 명예가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 측은 당초 “100만 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박 전 회장에게 부탁해서 받았으며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권 여사는 지난달 11일 검찰 조사 때 누구에게 무슨 빚을 갚았는지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며 검찰이 밝혀보라는 배짱까지 부렸다. 노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매년 약 2억 원의 연봉을 받아 퇴임 때 재산이 5억 원이나 늘었고 퇴임 후에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뒤를 봐준 기업인의 돈을 끌어다 쓰는 몰염치한 짓을 저질러놓고 전혀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는다.
노 측이 100만 달러의 용처에 관해 말을 바꾼 것은 진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해서가 아니다. 검찰이 권 여사가 대통령제2부속실을 통해 미국에 있던 아들과 딸에게 수십만 달러를 송금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노 측은 자신들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100만 달러의 용처를 다시 꿰맞추고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자 말을 바꾸는 판에 대통령 재임 중 아내가 돈을 받아 쓴 것을 몰랐다거나, 아들과 조카사위가 박 전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투자받은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방어 논리의 핵심 대목도 신뢰하기 어렵다.
노무현 식 ‘도덕성 장사’는 이미 파산했다. 법망을 벗어나기 위해 군색하고 역겨운 거짓을 더 늘어놓지 말고, 이제라도 진실을 털어놓고 국민에게 사죄할 일이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덜 입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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