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영원, 박세훈 서강대 교수와 안희경 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집필한 논문 ‘범주적 속성이 소비자 선택 상황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Categorical Attributes on Choice Context Effects)’의 의미를 간추린 것입니다. 논문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오프라인 저널에는 10월 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편집자>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는 한결같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되기를 꺼린다. 구찌는 자기 브랜드만 취급하는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겐다즈는 슈퍼마켓에서 독립 진열 공간을 확보했다. 이런 명품 브랜드의 전략적 배경은 뭘까.
○ 후발주자일수록 차별화 전략이 효과적
소비자들은 범주적인 속성(예: 브랜드)과 수량적 속성(예: 가격)이 동시에 주어지면 수량적 속성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하겐다즈와 빙그레, 롯데 아이스크림이 한 냉동고 안에 섞여 있으면 브랜드보다는 가격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브랜드별로 다른 냉동고를 사용해 물리적으로 격리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를 먼저 고려한다. 따라서 각 상품의 가격(수량적 속성)이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앞의 사례보다 크게 줄어든다.
이런 사실은 1위 브랜드를 추격하고 있는 후발 브랜드의 전략에 큰 시사점을 준다. 2위 이하의 후발 브랜드는 수량적 속성보다 범주적 속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삼성과 LG는 소니가 주도하는 아날로그 TV 시장에서 항상 2급 브랜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기술 변화는 국내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삼성 TV는 소비자들이 감지할 수 있는 질적인 차별화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TV라는 새로운 범주의 개척자’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하이트맥주는 ‘맛’이 아니라 ‘원료(물)’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범주적 차별화를 이룬 사례다.
○ 소비자 잠재욕구 일깨워야 차별화 성공
범주적 차별화는 뛰어난 연구개발 역량뿐만 아니라 의외로 사소한 속성에서도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다. 바나나맛 우유는 제품의 본질적 속성인 맛보다는 항아리 모양의 독특한 용기를 이용해 범주적 차별화에 성공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수량적 차별화와 범주적 차별화 전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아마도 후자를 선택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범주적 차별화라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펩시콜라의 실패작인 크리스털 콜라가 그 사례다. 펩시는 ‘콜라는 까맣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범주를 만들기 위해 무색투명한 크리스털 콜라를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크리스털 콜라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게만 느껴졌을 뿐 공감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범주적 차별화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즉 새로운 차별적 범주는 그것이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편익을 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럴듯한 이미지를 준다고 소비자에게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잠재 심리 속에 숨어 있지만, 아직 누구도 일깨워준 적이 없는 욕구를 건드리는 새로운 범주의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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