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일이다. 지난 몇 개월간 전국을 돌면서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수출중소기업인을 찾아봤다.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줄고 자금 압박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세계 경제침체 상황에도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매출규모를 늘려나가거나 혹은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울산 소재 중소기업의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에만 납품하다가 경제위기 이후 매출이 줄자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외국 업체에 납품하면서 24시간을 가동해도 모자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및 국내 납품 경험을 통해 얻은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거래처를 물색하여 좋은 성과를 이룬 셈이다.
광주 소재 열수축성 튜브 제조업체는 가전제품 수요 감소에 따라 전반적인 매출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일은 가능하다고 보고 환율상승으로 확보한 경쟁여력을 수출단가에 반영하고 외상거래를 허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다. 다음은 이번의 경제위기를 기업의 내실을 다짐으로써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경남 소재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방문했을 때 사장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작년까지는 매출액이 해마다 30∼40% 성장하면서 주문받고 생산해서 납품하기에 급급해 회사의 경영 상황이나 공장 가동 상황을 살펴볼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금년에 주문이 줄면서 가동률이 작년의 60% 수준으로 떨어지니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회사 운영 실태와 작업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됐다고 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런 부분을 혁신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매출이 줄고 자금 상황이 악화됐다고 낙담하지 않고 기회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매우 보기 좋았다.
어려움에 처한 수출중소기업을 위로하고 도움을 줄 길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방문했지만 오히려 내가 고무되고 희망을 얻게 됐다. 그렇게 건강한 우리 기업이 전국 각처에 많이 있다. 이제 수출도 슬슬 활력을 되찾고 경제가 나아질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춥고 긴 겨울 동안 더욱 강해지고 현명해진 우리 수출기업이 경제위기 이후 세계시장에서 더 큰 활약을 하리라 확신한다.
유창무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