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이코노미’ 국내 현장을 가다]<8> LS산전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LS산전 선행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가정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를 시험하고 있다. 안양=전영한 기자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LS산전 선행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가정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를 시험하고 있다. 안양=전영한 기자
13% 절전 ‘똑똑한 전력망’ 실용화 눈앞

태양광-LED 부문 주력
올해 그린IT기업 선언
국내외 M&A 적극 추진
그린솔루션이 기업 목표
환경비즈니스 매출비중
2015년 47%까지 늘려

#장면 1.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자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각 가정은 전력 공급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태양광, 연료전지 등으로 축적해 둔 예비 전력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체 전력수요 곡선이 완만해지며 정전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장면 2. 각 가정에 달린 지능형 전력 미터기(스마트 미터)는 전기 사용량 외에도 지금까지 사용한 전기요금, 월말까지의 요금 추정치를 계산해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전력 운영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똑똑한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은 발전, 송전 및 배전, 전력 사용으로 이어지는 전기 사용 과정을 효율화하는 녹색성장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상용화하면 전력사용량의 6%(약 1조8000억 원어치), 신규 전력발전 투자 1조 원, 전기 품질관리 비용 5000억 원, 송배전 손실 200억 원 등 연간 3조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LS산전은 설명한다.

○ 스마트 그리드 등 친환경 사업

LS산전은 최근 한 아파트의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 미터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평소보다 6∼13%의 전기를 덜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의 이진 수석연구원은 “서머타임을 실시해 얻을 수 있는 전력 절감효과가 0.4%인 것과 비교하면 스마트 그리드의 효과는 상당히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국가 단위의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LS산전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의 구자균 사장은 15일 LS산전 청주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반 가정 20여 가구와 자사(自社)의 청주, 천안 공장에 스마트 그리드를 시범 적용한 ‘그린 빌리지(Village)’와 ‘그린 팩토리(Factory)’를 올해 안에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S산전은 그린카 전자장치 부품, 인버터 등의 분야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PCU·Power Control Unit)를 개발해 최근 이탈리아 전기차 개조 업체에 110대분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레오모터스와도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시범운영 예정인 대구시 전기버스 사업과 필리핀의 택시용 전기차 사업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구 사장은 “그린 비즈니스로 전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강점을 지닌 사업 역량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그린 비즈니스 기업으로 도약

LS산전은 올 3월 그린 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그린 솔루션을 제공해 에너지효율을 50% 이상 증가시키고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하는 그린 사회를 기업의 목표로 정했다. 2012년까지 이 분야에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관련 매출을 2012년 7000억 원, 2015년 2조10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인 그린 비즈니스 매출을 2012년 전체의 24%, 2015년 전체의 47%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다.

LS산전이 주력하는 그린 비즈니스 분야는 11개. △스마트 그리드 등 전력IT 분야 △그린카 전장 부품 △태양광 발전설비 △인버터 △전자태그(RFID) △친환경 전력기기 △초전도 한류기(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낙뢰 등으로 발생하는 이상 전류에서 전력기기를 보호하는 장치) △전력용 반도체 모듈 △연료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에너지 저감건물 등이다.

그린 비즈니스 사업 영역 확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초고압·초저압 전력, 인버터, RFID 등의 분야에서 6, 7곳의 유럽, 중국, 국내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S산전은 지난해 말에는 전력선통신(PLT)과 LED 조명 사업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인 플레넷을 약 40억 원에 인수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에서부터 전달, 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그린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려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전력요금의 실시간 요금 법제화, 건물 에너지 인증제 등이 시행된다면 이미 기술을 갖춘 스마트 그리드 등의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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