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일부 서점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1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후 이 책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부 서점은 이달 말 나오는 중문판 ‘개혁역정(改革歷程)’을 사라고 권하고 있다. 자오의 회고록은 6·4 사태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세계적인 화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13억 인구의 중국 대륙에서는 이 책을 구할 수 없다. 베이징(北京)의 한 서점 직원에게 문의해도 “그런 책을 판매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중국 전역에는 654개의 방송국에서 2800여 개의 방송채널이 운영되고, 하루 신문발행량이 438억 부(2007년 기준)에 이르지만 어디에도 자오의 회고록 출판을 소개하는 기사가 없다. 다만 인터넷의 블로그 등을 통해서만 출간 소식과 일부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검색사이트 구글이 운영하는 블로거 사이트를 폐쇄하고 회고록 관련 내용을 뜨자마자 속속 삭제하는 등 ‘자오 회고록 삭제’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홍콩에서도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친(親)중국계 유력 신문’들이 자오 회고록 출간에 침묵하고 있다.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홍콩 언론 환경도 크게 변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개방만이 세계를 살릴 수 있다며 ‘자유시장경제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자오의 회고록 출판 사실은 세계가 모두 알고 있음에도 정작 중국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경제의 개방과는 완전히 상반된 ‘사상의 폐쇄’인 셈이다. 이처럼 ‘사상의 자유와 개방’을 보장하기는커녕 책 한 권의 출판까지도 자유롭지 못해서야 누가 중국을 국제무대에서 지도국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나라로 여기겠는가.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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