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사는 답답한 마음에 한국 정부에 ‘SOS’를 쳤다. 중국 현지법인이 사실상 파산한 만큼 회계 장부상 손실로 인정해 국내 법인세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 법원의 파산결정이 없으면 현지 법인의 파산을 인정해줄 수 없다”고만 회신했다. T사 대표는 “우리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지는 않고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T사뿐이 아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글로벌 경제위기와 현지 경영환경 악화로 한국으로 되돌아오려는 ‘U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소극적이어서 국내 일자리를 늘릴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U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이번 달에야 전국경제인연합회, KOTRA 등과 함께 ‘민관 합동 U턴기업 실태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해 기업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포괄적으로 U턴 기업 지원이 타당한지를 알아보는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U턴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일본이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에 나서 많은 해외 진출 기업들을 국내로 끌어들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002년 소니가 중국에 있던 캠코더 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한 데 이어 도요타가 10년 만인 2004년 일본 국내 라인을 증설하는 등 ‘U턴 투자’가 잇따르면서 2003년 하반기(7∼12월)부터 실업률도 떨어졌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U턴하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막고, 투자와 고용도 늘릴 수 있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바람에 이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기업들과 주재원, 그 가족들의 눈물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지금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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