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취업 지원’의 결과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들어간 신입사원 가운데 37%가량이 입사 1년 이내에 조기 퇴사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2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묻지마 지원’ 세태를 반영한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304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류전형을 통과한 구직자 가운데 35.4%가 면접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상 최악이라는 취업난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일단 서류전형이라도 붙어보자는 심정으로 지원했다가 마음이 바뀌어 면접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구직자의 50.1%가 조사 시점 이전 2개월 동안 ‘묻지마 지원’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왜 이들이 ‘묻지마 지원’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묻지마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이다. 이유는 역시 사상 최악의 취업난 때문이다. 지난해 4년제 대졸 사원의 상장회사 평균 입사 경쟁률은 70 대 1이다. 대기업 가운데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곳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선 어디라도 들어가고 보자며 ‘묻지마 지원’을 한 구직자를 탓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입사한 뒤 그만두는 것보다 전형 과정에서 마음을 바꾼 것이 기업 시각에서는 나을지 모른다.
‘묻지마 지원’이 줄어들려면 우선 구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도전할 만한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 당장 해결이 어렵다면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는 주춧돌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가 주도하고 일부 기업이 참여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살펴보면 이런 토대 마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 정규직보다는 인턴사원의 채용을 늘리는 단기 처방이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이라는 현실적인 난제가 가로막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단순한 ‘일자리’보다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지혜와 결단도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투자다.
주성원 산업부 sw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