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위생수칙 보다 직원관리가 문제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더위와 졸음을 한꺼번에 쫓을 수 있는 아이스커피 한 잔이 자주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들 중에는 요즘 아이스커피를 잘못 마셨다가 혹시 식중독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지 않을까 찜찜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위생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제리너스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11개 유명 브랜드가 운영하는 매장 18곳의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위생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해서 2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인근의 유명 커피전문점들을 직접 돌아봤다. 현장에서 확인한 업체들의 위생관리 규칙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철저했다. 이들 전문점은 매장마다 제빙기를 갖추고 직접 얼음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상온에서 세균에 쉽게 노출되는 얼음을 다른 곳에서 가져오다 보면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얼음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물 또한 몇 번씩 정수과정을 거친 깨끗한 것이었다.

스타벅스 매장의 경우 제빙기의 얼음을 다루는 데 손 세척만 4단계를 거치도록 했다. 물로 씻고, 다시 물비누로 2분간 씻어 내고, 전용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뒤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소독된 도구로 제빙기 얼음을 주방으로 옮겼다. 인근의 다른 브랜드 매장 역시 도구 소독과 직원들의 손 세척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긴 이유는 뭘까. 커피빈은 “아이스커피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는데, 직원 손에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드시 전용 세정제로 1분 이상 손을 씻도록 하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규정이 있어도 이를 지키는 직원들이 소홀히 하면 위생 문제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실제로 규정에 따라 손을 씻더라도 무심코 얼굴을 만지게 되면 피부의 세균이 손으로 옮아간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돈 계산을 하고 바로 음료를 만드는 등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세계 각국의 군사나 산업분야에서는 보안시스템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도 관리에 실패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 사례에서 기밀이 새어나간 ‘구멍’은 십중팔구 사람이었다.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를 다루는 모든 음식점은 이번 일을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생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는 거울로 삼기 바란다.

강혜승 산업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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