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필]우리 동네 자생력이 국가 경쟁력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세상의 모든 사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어느 하나 그대로 멈춰 있는 존재가 없다.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시간은 현재를 알아차릴 틈도 없이 미래로 향해 간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기에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사명과도 같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인식은 무엇인가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를 함께 포함한다. 정신적 활동일 수 있고 감지할 수 있는 물질일 수 있다.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일을 기획하고 이룰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진단이다. 상황이 만들어내는 특수성이 하고자 하는 일과 조화가 안 되면 무의미한 결과만 만들어진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마찬가지의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 경제상황을 진단할 때 참고하는 소비 생산 수출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와 실물경제지표는 큰 공간단위를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경제문제는 국가 및 도시 차원 위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다. 정부가 발표한 4+1 초광역개발권, 5+2 광역경제권, 163 기초생활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실제 경제상황은 가장 작은 생활공간 단위인 동네에 다르게 나타난다. 국가 단위의 경제지표는 동네의 다양한 경제특성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수성을 반영하려면 더 작은 규모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경제의 호전이 지역을 거쳐 동네 단위까지 효과적으로 이어지려면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사회 경제 문화를 결합해 자생력을 키워온 동네 단위의 경제 교류활동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은 경제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지역 주민과 매우 밀착되는, 지역사회의 안정망을 지속시켜온 버팀목이자 기초다. 기초가 튼튼해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작은 점포에 눈을 돌려보자.

둘째, 생활공간의 생명력을 더욱 활기 있게 도울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교류활동에 문화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공학 환경공학 등 미래과학기술을 접목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꾀해야 한다. 범지구적으로 심화되는 산업 및 기업 입지 경쟁의 전쟁터에 우리의 생활공간을 무작정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첨단기술은 우리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장치여야 한다.

셋째, 기존 혹은 새 활동을 담는 그릇인 물리적 생활공간을 알뜰하게 이용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건축 내부공간의 확대재생산은 건축 외부공간에 영향이 전가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팽창식 생활공간 공급은 자원 낭비와 에너지 과소비 등 외부효과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킨다. 건축 내부공간은 줄이고 건축 외부공간을 늘려야 한다. 건축 외부공간은 시민과 방문자가 이용하는 공적 영역이자 크게 보면 생활공간의 내부공간이다. 건축 내부보다는 외부공간의 질적 향상을 꾀하여 생활공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체계이다. 환경과 경제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정치와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불안감 속에서 지내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 노력은 국가 차원의 공간영역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 개가 넘는 작은 동네 차원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삶의 터전을 일구는 주민이 함께하는 쌍방향 극복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동네와 국가가 모두 지속적인 자생력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다.

박상필 KAIST 미래도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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