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남한 육지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44만3000km²의 해양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3200여 개의 섬과 1만2682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갖고 있다. 이렇게 넓은 바다영토에 비하면 바다에 기울이는 관심이 너무 미미하다. 시야를 더 멀리 가져 보자.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 킹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하여 남극해 지질조사와 유용 신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2012년까지 남극대륙에 제2과학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북극에서도 2000년부터 북극해 해양자원 조사연구를 시작해 대상 지역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태평양에도 또 하나의 새로운 영토가 있다. 태평양 심해저 해역에 남한 면적의 4분의 3인 7만5000km²의 독점적 개발광구를 확보했다. 2020년 이후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주요 금속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연간 2조 원 이상의 수입대체 및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상력을 더 발휘하면 바다 위에 땅을 만들 수 있다. 초대형 부유식 해상구조물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고 우리나라도 실용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부유식 마리나 리조트, 해상 공항, 다목적 해상산업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시야를 바다로 돌릴 경우 무궁무진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영토가 좁다고 더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많다. 인류가 처한 생존 위기인 에너지 고갈, 지구온난화, 물 부족 등의 문제도 바다로부터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에 대비하여 바다의 청정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1000kW 규모의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를 지난달 준공한 데 이어 2010년 말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시화호에 완공할 예정이다. 제주도에서는 500kW급 파력발전을 위한 해역조사 및 상세 설계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연간 5260GWh의 발전량을 획득하여 8490억 원의 유류를 대체하고, 이산화탄소(CO2)를 237만 t 감축할 계획이다.
물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식수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요즘 해양심층수 개발 및 상용화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심 200m 이하의 바다에서 병원균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한 심층수를 활용하여 생수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화장품을 생산한다. 바다의 풍부한 수량을 고려해 볼 때 이 분야도 가능성이 무한하다.
하루 24시간을 육지에서 보내는 우리에게 바다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와야 한다. 현실의 많은 문제에 부닥쳐 고민할 때 바다로 상상력을 한번 돌려보자. 바다에 해결 방안이 있을지 모른다. 바다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부분은 아직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물 밑에 숨겨진 저 거대한 빙산을 상상력의 눈과 진취적인 가슴으로 들여다보자. 미래에는 바다를 이해하는 국가에 번영의 길이 열린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보내면서 우리가 바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바다를 더 많이 탐구해야 하는 이유이자 생존의 열쇠이기도 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