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대순]혁신 안 하면 GM처럼 된다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전통기업이라는 의미가 부쩍 퇴색해가고 이제는 정말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Innovate or Out) 사실이 더욱 실감나는 때가 아닌가 싶다. GM, 소니, 코닥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계적인 기업이고 국내 기업에는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다. 이런 세계 유수의 전통기업이 파산하거나 위세가 꺾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일부 유럽 국가는 과거 성공모델로 불리다가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국가위기설이 나돌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영원한 1등, 또는 늘 존속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은 기업이 과연 지구상에 있다고 보는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영원한 1등은 없다고 본다. 물론 1등 기업이 미래에도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겠다. 바꿔 말하면 1등 기업이라 할지라도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퇴보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영원한 1등이 없다는 것은 영원한 2등도 없다는 뜻이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순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국가든 기업이든 위기와 기회가 양립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다름 아닌 혁신(革新)이다. 혁신이 그렇게 중요한가?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나? 시장의 불확실성(Uncertainty)과 시장의 복잡성(Complexity)이 과거와 달리 엄청난 속도로 기업에 요구하는 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쟁력 및 경쟁구도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기업이 과거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업운영 방식으로 현재 및 미래에 승부를 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혁(革)’은 짐승을 잡아 털을 벗겨 햇볕에 말리는 짐승 가죽의 상형으로 그 뜻도 짐승의 가죽이다. 몸통을 제거하고 남은 껍질은 본 모양이 아니라는 데서 바꾸다, 고치다라는 뜻을 내포한다. 이는 곧 묵은 관습, 풍속,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일을 이른다. 기업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전략, 업무수행 및 자원과 조직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체질 및 사고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추진하는 이벤트성의 경영이 아니라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경영이념 및 실천지침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성장하기 위한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이라고 표현해야 오히려 적절할 것 같다.

따라서 혁신기업은 할 줄 아는 일, 익숙한 일을 행하는 경직되고 정체된 기업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점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변화시켜 나가면서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을 뜻한다. 혁신은 기업으로 하여금 혁신 프리미엄(Innovation Premium)을 향유하게 하는데 기업의 시가총액은 물론이거니와 혁신적인 조직문화 형성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며 경쟁 업체와의 차별을 더욱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미래의 기업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인 혁신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선택이 아니라 방법의 문제다. 혁신을 기업의 경영방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임을 거대 공룡 GM의 파멸이 보여주고 있다.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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