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오상]농어촌 희망, 명품 특산물서 찾자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프랑스 부르고뉴에 가면 ‘로마네 콩티’라는 명품 와인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와인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명품 와인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서슴없이 말하는 제품이다. 로마네 콩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손으로 포도를 수확하며 운반할 때도 포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상자를 사용한다. 또한 제초제, 부패방지제, 이산화황 사용도 엄격히 통제함은 물론이고 오크통나무를 3년 동안 건조해 사용할 만큼 장인정신으로 공을 들인다. 세계적 명품인 만큼 가격도 세계 최고가인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명품 반열에 드는 농특산물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하이테크 농산품이나 장인정신이 깃든 지방자치단체의 명품 브랜드다. 닥나무에서 나온 한지로 공예품을 만들어 외국 VIP를 위한 고가선물용으로 판매되는 ‘봉황스탠드’나 연구개발(R&D) 기술을 접목한 함안의 ‘무지개 수박’이 대표적이다. 한국산이 최고라 할 수 있는 된장, 한우, 한약초는 이미 최고가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양양송이, 토종치즈인 임실치즈, 상주곶감도 신토불이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야생녹차로 유명한 하동군은 무려 1300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녹차를, 완주군은 한 장에 500만 원이 넘는 고품격 한지를 생산한다. 부안군의 오디와인이나 고창군과 함평군의 복분자와인, 창녕군의 양파와인, 제주도의 감귤와인도 매우 훌륭하다.

이처럼 지자체가 직접 참여해 개발하고 판매까지 하는 농특산물 명품은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친환경, 참살이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농어촌활력증진사업의 산물이다. 농어촌활력증진사업은 지역주도형 발전전략을 추구한다. 1차 산업인 농업이 가진 유형 또는 무형의 자산을 상품화하여 홍보 마케팅 등 서비스산업과 결합시켜 육성하고자 하는 농식품부의 핵심 사업으로 지자체 농특산품의 명품화, 클러스터화,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농가는 고소득을 창출한다. 농촌에 일자리를 만들어 농촌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 지자체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정부는 2005년 시작된 신활력사업을 필두로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의 유사 사업을 통합하여 시군이 사업을 선정하고 집행하는 농촌활력증진계획을 시행 중이다. 2010년까지 142개 시군에 약 1조 원(3년간)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성과는 11일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09 농어촌산업박람회 메이드 인 그린 페어’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행사는 농촌활력증진사업의 성과를 집대성하는 자리로 농어촌 기업의 농특산물 명품을 전시·판매하는 장이다. 또 지역 리더, 공무원,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 공유 및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특성화관, 테마관, 정책의 장, 투자 유치의 장, 컨설팅의 장은 우리 농어촌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정보 공유의 장이 될 것이다.

농특산품의 명품 브랜드화를 위해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주민들은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중앙정부는 과감하게 지원할 때 잘사는 농어촌, 세계 속의 명품 코리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농업이 사양길이라고, 희망이 없다고 비관만 해서는 발전하기 어렵다. 소극적 자세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나라에도 로마네 콩티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꿈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목표다.

권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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