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노동계는 정부의 불합리한 노사관계 개선 활동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책간담회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불만을 표명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거나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이슈화하여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작업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한정된 인원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며, 시정 여부를 계속 점검 또는 감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개선작업에 나서도록 하고 정부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지 지나치게 세세한 지침을 내리는 데 의존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첫째, 정부는 구체적으로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단계부터 노사관계에 있어 법과 원칙에 따라 인사 또는 노무관리 가능성이 검증된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선임 이후에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간담회를 통해 CEO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불합리한 관행이 만연한 현재의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CEO의 함량이 부족하면 내면적으로 예산부족 타령에 집착하면서 노조와 예산 당국과의 노정 대결 국면으로 넘어간다. 적절한 CEO의 임명에 실패하면 결국 사후 지침이나 감독 같은 구체적 간섭으로 나아가기 쉽다.
둘째, CEO가 원칙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평가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평가가 단순히 노사갈등의 발생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다 보니 CEO가 임기 내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물밑 수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CEO의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CEO의 임기 연장이나 주요 공직 천거 등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셋째, 개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조의 불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에서 노사관계에 원칙을 세우려는 사용자는 노조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다. 노조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합법 파업을 하거나 불법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노조의 합법쟁의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불법행위를 수수방관할 경우 사용자는 노조와 담합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모처럼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지금이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도록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일과성 관심과 단속 위주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 해당 기관을 지도해 나가길 바란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