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영옥]보훈이 곧 국방이다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역사를 살펴보면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을 아낌없이 희생하신 분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거 원나라와 청나라 등 큰 나라가 군사력으로 대제국을 이룩했지만 민족정신이 쇠퇴하여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민족정기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의 진평왕은 상사서(賞賜署)를 운영했고,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한 직후부터 사적(司績)을 설치했다가 나중에는 고공사(考功司)를 운영했다. 조선시대에도 충훈부(忠勳府)를 두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훈을 세운 자를 예우하면서 만인의 귀감이 되게 했다. 민족정기를 바탕으로 한 보훈정신의 힘을 알았던 일본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정신의 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민족정기는 의병전쟁 3·1운동 무장독립운동 등 일제에 대한 끊임없는 항거로 발현되어 마침내 광복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이후에도 정부 수립 과정과 6·25전쟁, 4·19혁명, 베트남전 파병 등에서 호국정신을 되살려 자유민주국가를 수호하는 데 많은 공훈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이 희생됐다. 요즈음은 아쉽게도 호국정신이 매우 부족하다.

오늘의 보훈정책으로는 민족정기 선양을 위한 독립유공자의 서훈 및 공훈 선양사업, 유해봉환 및 기념사업, 호국·보훈의 달 선정을 들 수 있다. 국가유공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보상금 지급, 의료 취업 교육 지원도 있다. 참전 및 제대 군인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다. 세계화라는 급변하는 조류 속에서 국민의 정체성이 약화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지만 민족정기의 산실인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영예로운 삶의 질을 보장하고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유공자의 위국헌신정신이 국민의 생활 속에 고귀한 삶의 가치로 자리매김하도록 보훈정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런 기조하에 앞으로는 보훈제도의 기본틀을 사회변화와 국가발전 방향에 맞게 재정립하고, 국가를 위한 헌신이 명예로운 삶의 가치가 되도록 생활 속에 보훈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또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에 대비한 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확충하고, 참전 군인과 제대 군인을 위한 지원시책을 확충해야 한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공헌하고 희생하신 분에게 보답하고 그 뜻을 널리 기리는 일은 한 나라와 민족이 자긍심을 갖고서 살아나가게 하는 기초이다.

국가보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조국을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보훈정신이 없을 때 무기와 군인은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국가보훈 기능이 약화되어 조국을 위해 기꺼이 충성하겠다는 애국심을 국민으로부터 이끌어 내지 못할 때 나라의 안보는 위협을 받는다. 강한 보훈정신 뒤에는 강한 국가가 있다. 국가보훈과 국가의 흥망성쇠는 정비례한다. 원나라의 간섭기 또는 일제 통치 아래에서는 보훈 관련 기관이 폐지 또는 축소되어 국가기능이 약화 내지는 상실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삼국 통일, 고려 건국, 조선 건국 등 국가통합 또는 민족통합이 필요한 시기에는 국가보훈이 강화됐다.

보훈문화는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부터 가까운 곳에서부터 쉬운 것을 실천해 나가는 자세다. 중요한 점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이런 마음을 생활 속에서 표현해 내야 한다. 새 시대에 걸맞은 강력한 보훈문화의 발전과 실천으로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자.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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