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투쟁만 있고 소통은 없는 여당 쇄신논쟁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6월 국회를 걱정하는 사람도 없고, 국회를 열기 위한 준비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여당에 6월 국회를 빨리 열자고 역공을 했다.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수사책임자 파면 등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6월 국회를 열 수 있다던 기존 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 6월 국회 개원이 지연되는 책임을 한나라당 집안싸움에 미루는 꼼수이다.

한나라당의 쇄신 논란은 이렇게 야당의 비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에서 시작된 한나라당 쇄신론은 당 지도부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계파갈등에 세대갈등이 겹치면서 원칙과 방향을 잃은 권력투쟁으로 변질된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여론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더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중에서도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과 조기 전대 요구에 앞장서 이 전 최고위원의 당권 장악 시도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리더그룹과 함께 지도부 퇴진론을 주도해 특정세력의 권력장악 음모론까지 불거졌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쇄신을 요구하면서 당 지도부 교체와 조기 전대에는 결사반대하는 것도 계파의 이해득실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명색이 집권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휩싸여 남 탓만 하느라 민주당의 노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한 정권 책임론과 대통령 사과 요구에 딱 부러진 대응을 못하는 무기력증을 노출하고 있다. 쇄신 논의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국정운영의 성공이라는 방향감각마저 상실한 듯하다. 미디어관계법과 비정규직법을 비롯한 민생·개혁 법안의 처리가 시급한데도 국회를 이끌어야 할 여당이 이 모양이다.

청와대든 정부든 한나라당이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물러날 사람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 다음 주초 청와대에서 열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동은 지금까지 당 안팎의 모든 논의를 무겁게 받아들여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질서도 책임감도 없는 중구난방 식 쇄신 논의는 여당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국정의 난맥과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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