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문대학 의상학과의 박모 교수(41·여)는 2007년 9월 속옷디자인 실습 시간에 연구소 탈의실에서 여학생 10여 명에게 속옷까지 벗도록 한 뒤 가슴 부위의 치수를 쟀다. 박 교수는 이 자료를 자신의 논문 작성을 위한 조사 자료로 활용했다.
당시 이 대학은 재단 이사진 선정 문제 등으로 학교와 학생 간에 분쟁이 있었는데 박 교수의 수업 내용과 평가 방법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했다. 이 대자보에는 ‘박 교수가 학생들의 몸치수를 계측하면서 수치심을 줬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학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박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박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심사위가 징계 철회가 아닌 감봉 1개월로 감경하자 박 교수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성지용)는 “성(性)적 목적이 아닌 조사와 연구가 목적이었고, 신체 계측이 의상 관련 학과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탈의실 안에 박 교수와 학생들만 있는 상태에서 2, 3분 사이에 이뤄진 점이 인정된다”며 박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