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캡틴 지성 ‘부드러운 카리스마’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아랍에미리트를 완파하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돌아온 7일 저녁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두바이로부터의 긴 여정에 몸이 피곤할 것 같아 휴식을 취하라 했던 허정무 감독은 고민 끝에 이미 퇴근한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관계자를 다시 불러 운동장 조명을 켜줬다. 그러자 아랍에미리트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선수 10여 명이 그라운드에 나와 패스와 크로스, 슈팅 훈련 등을 1시간 30분 넘게 했다. 이들은 허 감독이 “그만하라”며 만류를 한 뒤에야 샤워실로 향했다.

박지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한국 축구를 바꾸고 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박지성은 과거와 달리 언제나 자유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특히 선수들과 미팅을 자주 해 요구사항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날 야간 훈련도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이 “몸이 근질근질해 훈련을 해야 잠을 이룰 것 같다”고 박지성에게 부탁해 이뤄진 것이다.

박지성은 이청용과 기성용(이상 FC 서울) 신영록(부르사스포르) 등 후배 선수들을 만나면 어깨동무를 하는 등 친근하게 대한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성실히 뛰는 박지성은 다른 선수들을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촉매다. 박지성은 자율을 강조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도 요구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전으로 못 뛸 땐 가슴이 아프겠지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라. 나도 처음에는 벤치를 지켰다”고 강조한다. 허 감독이 강압적 스타일을 버리고 자율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사령탑으로 변신한 데도 박지성의 힘이 컸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캡틴’ 박지성의 카리스마에 한국 축구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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