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까지는 주로 금융 측면에서의 수습과정이었다. 각국은 금리를 낮추고 금융권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다. 특히 한국은 이 과정에서 재고 조정, 환율 효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지연되면서 경기 회복 강도와 지속 기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각국의 과감한 재정 투입, 저금리와 감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부채를 갚거나 저축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한다.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위기 발생 9개월이 지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어 체온이 낮아지는 임계치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과잉 통화공급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 또한 부담이다. 각국의 과도한 부동자금은 장기 투자자금이 아닌 단기 투기자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실세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빚은 늘고, 일자리는 주는데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소비자의 선택은 소비를 줄여 부채를 갚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경기 반등의 견인차였던 빠른 재고 조정,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 한국에 유리했던 제반 여건들이 5월을 고비로 탈색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글로벌 위기에도 체감경기가 그런대로 유지돼 왔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소비 축소, 실업 증가, 물가 상승 등 위협요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주가의 상대적 부진은 한국만의 차별적 요인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융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정부와 금융시장에 국한된 문제였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준다. 경기 회복 모멘텀이 계속 약해질 경우 2차 위기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전방위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또 과거의 경기침체 탈출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볼 때다. 지금 증시는 4분기 이후의 경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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