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이후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시국선언이 과거 성균관의 전통과 역사에서 유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언로가 차단되거나 다양하지 못하던 시기와 비교하여 현재는 의회정치, 언론, 인터넷,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의사가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는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일부에서 현재의 시국을 민주주의의 ‘위기’나 ‘퇴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관적 판단이고,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견 중 하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순수한 국민 정서를 악용하거나 반정부 시위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타인의 사고를 존중한다는 데 기초한다.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강조하다 보면 갈등과 혼란이 생긴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면 학생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50만 교육자의 입장은 난감하다. 제자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물을 때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까 참으로 고민스럽다. “사회는 교실이다”는 말이 있다. 국회에서의 폭력사태, 크고 작은 사안마다 거리시위와 시국선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를 우리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유치원 교사부터 대학교 총장에 이르는 한국교총의 20만 회원 또한 나라를 걱정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정부, 정치권 등에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자신의 뜻과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법을 넘어선 과격한 집회를 개최하고 당연시하는 사회적 풍토는 없어져야 하며, 정부도 이러한 불법 및 과격시위를 이젠 더 묵인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정치권은 정치력 복원에 앞장서야 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만드는 국회가 국회법에 정한 임시국회를 개회조차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더는 보여줘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야당은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유혹을 버리고 장외집회와 같은 낡은 틀을 버려야 한다.
흐트러진 민심을 어떻게 다독일지,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등 국가안보의 위협을 어떻게 해결할지, 경제위기 극복 상황은 어떻게 돼 가는지 국회를 열어 챙겨야 할 시점이다. 대학자율화 과정을 뒷받침할 대교협법, 1년도 채 남지 않은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교육자치법,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한 유아교육법, 하루에 12억 원씩 결손이 발생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및 교원평가법 도입 등 교육현안이 국회에서 계속 잠자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절실하다.
셋째, 정부도 현재의 상황을 안이하게 보지 말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자세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국정쇄신책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도 정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결실이 맺어지는 것을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지켜보자.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이 정치 때문에 갈등과 좌절을 겪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도록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전국의 교육자가 제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실을 당당히 가르치고 미래를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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