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자리 연연할 일 아니다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공 교육감은 부인의 차명예금 4억3000만 원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금액은 전체 재산의 22%에 해당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차명예금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보다 적게 재산을 신고해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공 교육감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사실관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무죄 추정(推定)의 원칙이 적용된다지만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다른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 공 교육감은 “아내가 차명예금을 갖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거액의 차명계좌를 밝히지 않은 것은 유권자에 대한 거짓말이다.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치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인사행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기소된 이후 이미 교육감 직을 수행할 리더십과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그가 추진해 온 교육정책에도 부정적 여파를 미치고 있다. 유권자들은 하향 평준화 교육으로 침체된 서울 교육에 활기를 불어넣어 달라며 그를 선택했으나 교육개혁이 주춤거리자 실망하고 있다. 공 교육감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가 중도 사퇴하거나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더라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임자를 뽑는 보궐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 선거 일정상 10월 말에 보궐선거가 가능하므로 8개월짜리 교육감을 뽑는 선거는 안 해도 된다. 그의 임기인 내년 6월 30일까지 부교육감이 대행하는 체제로 가면 된다.

교육감 직선제가 무관심 속에서 갈수록 이해집단들의 정치적 대결로 가고 있는 데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직선에는 320억 원의 세금이 들었다. 내년 지자체 선거부터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나서 선택을 받거나 아예 임명제로 바꾸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전교조가 이번 판결이 나오자 공 교육감을 비난한 것은 수치를 모르는 일이다. 공 교육감과 같이 출마해 낙선한 주경복 씨는 전교조로부터 수억 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교육감에 당선되면 자신이 감독해야 할 교원단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더 크게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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