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던 우리 당국자 11명 추방으로 시작된 개성공단 공세의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현대아산 직원 A 씨를 붙잡아 75일째 억류하고 있다. 사람을 잡아놓고 터무니없는 액수의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범과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첫 접촉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A 씨 문제를 외면하면서 돈 얘기만 꺼냈다. 이것이 대남(對南)공세를 펼 때마다 ‘민족끼리’를 내세우던 북한의 진짜 모습이란 말인가. 우리 대표단은 A 씨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잘 있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개성공단은 이번 사태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8일 입주기업 가운데 한 곳이 처음으로 철수 결정을 내렸다. 올 들어 4월까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총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1% 감소했고, 총생산액은 6.6% 줄었다. 우리 기업 상주인력도 최근 3개월간 43% 줄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임금을 중국 수준인 월 200달러로 올려달라고 하면 100여 개 입주기업 중 3곳, 150달러를 요구하면 30곳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의 300달러 인상 요구에 굴복하면 우리 기업이 모두 보따리를 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기로 한 기업인은 경제적 피해와 함께 직원들의 신변위협을 이유로 꼽았다. 북이 A 씨를 석방하고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으리라고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 기업과 직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북이 계속 황당한 청구서만 들이미는 식이라면 남북 접촉의 의미가 없다. 북에 A 씨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개성공단에 관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9일 남북 접촉에서도 ‘A 씨 억류가 개성공단 문제의 본질’이라는 자세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서는 안 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강력한 제재결의를 만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북이 달라는 대로 임금을 올려주고 토지임대료를 펑펑 집어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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