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조망이 아파트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망권이 어떻게 확보되느냐에 따라 같은 동에서도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망권이 중요해지면서 로열층의 위치나 저층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나아가 조망이 남향보다도 우선시되는 일이 벌어진다. 남향을 중요시하는 것은 한국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전통 기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전망과 남향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전망을 더 우선시하겠다고 답변한다.
조망은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더 각광받는다. 부산 해운대구는 이러한 조망권의 가치가 가장 인정받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부산의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평형이 비슷할 때 입지와 조망을 가장 우선시한다. 또 30층 이상 초고층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조망과 더불어 평면구조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햇볕이 많이 드는 평면구조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건설업체들이 거실을 포함해 많은 침실을 가능한 한 전면에 배치해 채광을 좋게 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베란다도 전망이나 공간 확장의 관점에서 넓은 구조를 선호한다.
조망을 중시하는 성향은 판상형보다 탑상형을 중시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탑상형을 선호하는 것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비슷하지만 조망권이 뛰어난 지역일수록 탑상형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런 현상도 지역별 인구 구조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즉 조망을 중시하는 가운데서도 고연령층은 여전히 남향을 더 중시하고 저층 아파트단지와 지상주차장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다. 또 거실과 더불어 안방을 중시하거나 침실이 많은 구조를 더 좋아한다.
앞으로는 획일적인 구조보다는 인구구조나 자연환경 등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선호를 충족시키는 주거시설을 제공해야만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