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형서]출산장려, 지자체에만 맡길건가

  • 입력 2009년 6월 15일 02시 59분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1인당 평균 출산율은 2007년 기준으로 1.2명이다. 한국은 193개국 중에서 체코와 폴란드 등 8개국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선진국인 미국은 2.1명, 프랑스는 1.9명, 영국은 1.8명으로 우리보다 자녀를 많이 낳는다. 인구 역시 국력의 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출산장려정책을 재검토하고 적극 추진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9세로 세계 193개국 중 코스타리카, 포르투갈과 공동 28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주먹구구식이다. 장기적인 정책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국민에게 아이를 많이 가지라고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나름대로 재정지원방안과 출산 이후 아동복지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지자체의 노력을 아동복지정책의 하나로 볼 때 국가 부담을 줄이고 지역주민의 복지 수준을 높이므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지자체마다 출산장려정책을 제각각 운용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출산장려금을 마음대로 정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보자. 특정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으로 상당액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의 기본적인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어느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으나 예산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대만 높이고 실제로는 돕지 못하는 격이다. 지자체별로 출산지원비와 복지 혜택이 달라 국가 차원의 아동복지정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출산장려정책의 혜택을 누구나 균등하고 형평성 있게 보도록 국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출산장려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다룬다. 독일의 경우 올해부터 첫째와 둘째 출생아에게 매달 164유로, 셋째에게 170유로, 넷째에게는 195유로를 준다. 다른 아동복지정책은 지방자치와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출산장려정책과 아동복지정책이 균등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출산장려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또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하지만 액수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깨닫고 출산장려정책을 빨리 정비해야 한다. 지방정부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적으로 장기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출산장려금을 일회성으로 지원하거나 매달 꾸준히 지원하는 형태로 나누는 등 구체적 방안을 세우고 법제화해야 한다. 일회성 출산장려금은 자녀 수에 따라 차등 및 점증적으로 증액하면 된다. 또 자녀 수에 따라 유치원비를 지원하고 임대주택이나 주택청약에서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산장려정책은 무엇보다 지자체 간에 형평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가칭 ‘출산장려지원 교부금’을 지급해 균등한 혜택을 받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을 다르게 정하면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발전시켜 실질적인 아동복지정책으로 정착하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우리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손을 대기 힘들어진다.

한형서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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