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이에 고무되어 ‘경기전망’을 ‘시장전망’과 동일시하면서 하반기 자산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코스피의 올해 하반기 전망을 1,800까지 높인 증권사가 나왔고 심지어 내년 초 ‘2,000 재돌파’를 주장하는 리서치센터장까지 등장했다. 불과 3, 4개월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전망을 잘 들여다보면 목표점은 각각 다르지만 기조는 대개 비슷하다. 이를테면 지금은 유동성에 의한 시장이고 유동성의 힘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 또 경기가 저점을 지났고 하반기부터는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것, 아울러 금융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자산가격이 이미 이러한 기대를 충분히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그 수준을 넘어 거품 또는 과대평가 국면에 들어선 것인가.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품고 자산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오른 것은 맞지만 조만간 경기회복이 시작되면 가격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경기지표를 보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고 거시지표들은 이미 저점을 통과해서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회복의 속도와 지속성이다. 즉 지금 위로 올라오는 공이 옥상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맞고 튕겨 올라오는 것인지, 아니면 아래쪽에서 옥상을 향해 다시 던져진 공인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후자라면 지금의 자산가격이 충분히 정당화되겠지만, 전자가 맞는다면 문제는 다시 심각해진다. 경기가 ‘더블딥(이중침체)’ 또는 ‘다중바닥’의 형태로 전개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이 바닥에 이르렀다가 다시 튀어 오르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하지만 시장은 자산가격 상승을 일종의 당위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반드시 자산가격이 올라서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고 초조해하고 있으며 또 반등장에서 소외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증권사 등 투자회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 역시 증시의 부활을 바란다. 과거의 경험상 이참에 몸집을 키우려는 욕심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한데 문제는 늘 탐욕에서 시작된다. 가계는 그동안 과다하게 늘려온 부채를 축소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호황기에 늘려온 과잉 설비를 구조조정하고 몸집을 줄여야 한다. 특히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렸던 건설, 자동차, 조선, 산업재 등 업종은 세계경제가 다시 빚을 내서 흥청망청하지 않는 한 잉여 설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후발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지금보다 주가가 10∼20% 더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아니라 민간과 공공부문의 부채와 설비 조정이라는 근본문제가 해결 가능한가에 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