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해군사령관이 연평도 맞은편 기지에서 직접 전투를 지휘한 것도 계획적인 도발의 증거다. 6·25 남침 이후 첫 정규전인 1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이 크게 승리했지만 박정성 당시 2함대사령관은 인사 불이익을 당하고 승진을 못한 채 소장으로 예편했다. 반면 김정일은 패전한 서해함대사령부 8전대(戰隊)에 쇠고기를 보내 격려했다. 8전대는 3년 뒤인 2002년 6월 29일 2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김정일에게 보답했다. 우리 장병 6명 사망, 19명 부상, 고속정 1척 침몰의 전과(戰果)를 올린 것이다.
▷연평해전은 모두 김대중 정부 때 일어났다. 1차 연평해전 후 해군 교전지침은 ‘선제사격과 확전 절대금지, 북방한계선(NLL) 절대 고수, 슬기로운 대처’로 바뀌었다. 현장 지휘관의 작전권이 꽁꽁 묶인 것이다. 2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측 희생이 컸던 것은 당연했다. 박 전 사령관은 “적의 포탄을 맞고 나서야 대응하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군(軍)의 주적(主敵) 개념을 흐려놓고 3조5000억 원의 ‘평화비용’을 북에 바친 김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탔다.
▷9년 만인 작년에야 1차 연평해전 승전비가 2함대사령부 내에 섰다. 어제 그곳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은 “적이 우리의 손끝 하나를 건드리면 적의 손목을 자르겠다는 각오로 (1차 연평해전) 승리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 든든한 말이다. 북의 핵개발과 무력 위협을 정부의 햇볕정책 파기 탓으로 돌리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성전(聖典)처럼 받드는 인사들은 이런 강군이 국가안보를 지켜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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