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특단의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주의가 여전한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좌우(左右) 이념 대립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을 수렴하고 녹여 통합을 창출해야 할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야당은 국회를 외면한 채 아스팔트 세력과 손잡고 공공연히 정부를 굴복시키려만 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선출된 현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면서 ‘독재 타도’를 위한 민중 궐기를 부추기는 듯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의 핵 개발 박차와 도발 위협으로 갈수록 안보 위기는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어디로 떠내려갈지 모를 형국이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민주당보다 배 이상 높았던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민주당에 뒤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건만 정부 여당의 대응은 한심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국가의 미래도 걱정이지만 당장 이런 민심 이반을 도외시하고 국정을 끌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여권(與圈)에서 요구하는 개각과 대통령수석비서관의 교체를 포함한 화합형 국정쇄신을 예상하는가 하면, 권력 분산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위한 개헌 제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특정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일단 이 대통령이 변화를 위한 구상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야권과 좌파세력은 국정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지만 이 정권을 선택한 민의를 감안한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다. 다만 대한민국 및 정권의 정체성에 맞는 국정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작금의 위기상황 타개에 도움이 될 민심의 수용과 변신은 필요하다.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국면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변화를 바라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잘 녹여내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국민은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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