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쌍용차 근로자 서로 사는 길은…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勞-勞 갈등 언제까지… 해법 위해 머리 맞대야

16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은 바로 옆 사람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습니다. 공장 담장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외부 주차장 쪽에 모인 이른바 ‘비(非)해고’ 쌍용차 직원들이 “파업 철회, 정상 조업” 등의 구호를 외치는 동안 공장 안에서는 “관제 데모에 속지 말라”는 확성기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쌍용차 임직원 약 3000명이 ‘출근 투쟁’을 벌인 날이었습니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전체 인력의 약 37%인 2646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976명에 대해 8일 정리해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노조는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21일부터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함께 일하던 이들이 이제는 공장 담을 사이에 두고 비방전을 벌이는 처지가 됐습니다. 파업 노조원의 부인들로 구성된 쌍용가족대책위원회 여성들은 소복을 입고 주차장으로 나와 비해고 직원들에게 “파업에 동참해 달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설득조였던 양측 구호와 주장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악에 받친 것으로 변했습니다.

한 직원이 기능직 대표로 임시 연단에 올라 파업 노조원에게 “이대로 다 같이 죽으란 말입니까? 그만 가족들에게 돌아가십시오”라고 외치자 연단 아래 있던 파업 노조원들의 부인은 그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물을 뿌리며 항의했습니다. 연단에 올라가려는 부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기능직 대표가 호소문 낭독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동료 직원들은 기자들이 그의 이름표를 보지 못하도록 에워쌌습니다. “앞으로도 평택에서 계속 살 사람인데 이름이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해고 직원들이 담장 주변을 행진할 때 공장 안에서는 살기등등한 욕설도 나왔습니다.

이날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다행히 없었습니다. 그러나 깊어질 대로 깊어진 직원들 간의 골을 보는 마음은 퍽 착잡했습니다. 쌍용차 노사는 18일 평택공장에서 다시 대화에 나섭니다. 양측 의견 차이가 워낙 커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그래도 양측이 모두 양보해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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