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병규]‘지자체 통합’ 멀리 보되 빨리 마무리를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가 최근 본격 출범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핵심이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게 바로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이다. 청주와 청원, 창원 마산 진해 등 일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통합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실을 본 곳은 없다. 지자체 통합은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공공기관, 지역주민 등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등장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에 따른 갈등이 두렵다고 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하되, 열린 마음으로 지자체 통합 논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이런 연유로 지자체 통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주민의 생활권과 경제권이 행정구역과 달라 불편이 가중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상당수 주민이 대중교통 이용 시 불필요한 할증요금을 물거나 화장장 등 인근 지자체의 공공시설을 활용할 때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지자체 간 불균형의 문제는 지자체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촌지역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도시지역은 가용면적이 부족하여 지역발전이 한계에 직면한 실정이다. 전국 군 평균인구는 1980년 11만9000명에서 1990년 8만5000명, 2000년 6만6000명, 2008년 5만6000명으로 감소세이다. 전국 면 평균면적(62km²) 이하인 시가 10개나 된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가량이 공무원 인건비를 자체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재정이 취약하고 분권 자치 역량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낮아진다. 시군구를 기준으로 일선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일률적으로 설치한 점 역시 범국가적인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 가까운 지자체와 공동 활용이 가능한 공설운동장, 상하수도 시설을 독자적으로 건립하는 등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도 문제다.

지자체 통합 문제는 행정의 효율성은 물론 지자체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근본 틀을 바꾸는 어려운 과제인 만큼 통합 방식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나 지역이기주의가 앞서면 주민편익 증진이나 행정효율성 문제는 뒷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정부 주도로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지방자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인 통합에 나서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스스로 통합에 나서고, 중앙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활권과 지역정서가 비슷한 지자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총론에는 상당수가 동의와 지지를 보낸다. 다만 각론에서는 정치적 계산이나 소지역주의적 목소리가 통합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든다. 시군구의 통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여 통합 논의 자체가 갖는 파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에는 4년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차기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당장 지자체 통합에 관심을 갖기에는 무리이다. 다만, 조속한 통합을 원하는 지자체는 선거 이전까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 선거구 획정 등 선거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올해 안에 통합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의 미래는 지금부터 10년, 20년 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의 득실을 챙기기보다는 고개를 들어 멀리 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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