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미국 북한이 가야 할 길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대북(對北)정책의 원칙을 천명하고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채택했다. 핵 확산 저지와 한반도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협력하면서 한미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려는 두 정상의 의지가 담겨 있는 성과물이다.

두 정상은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관철할 것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지’도 양국 국방장관 차원 약속에서 정상들의 합의로 격상돼 공동비전에 명시됐다. ‘확장된 억지력’은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이 북의 핵 공격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나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한미 정상은 북핵 불용(不容)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한국에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한 공동방어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한미 양국의 강력한 공조(共助)는 북한의 벼랑끝 대결정책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지만 두 정상의 다짐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임 전 북한과의 직접대화 가능성을 거론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강경하게 바뀐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태도와 세계 최강국 미국을 얕보는 듯한 도발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군부가 과거 식으로 벼랑끝 전술을 쓰면 통할 것으로 보고 오바마 대통령의 선의(善意)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어리석은 실책이었다. 세계를 적으로 몰아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하면서 3대 세습을 꾀하는 희대(稀代)의 공산왕조는 존립 자체가 위험한 지경에 빠져 있다.

북이 “협상에 임할 자세가 돼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화답해 국제사회와의 무모한 대결을 포기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정면으로 맞설 정도로 무모한 북이 다시 반발과 도발을 할 경우에도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핵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결집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북핵 문제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와 한미 정상의 합의가 실행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를 설득해 ‘북의 못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독트린을 관철시키고 북의 추가 도발을 차단할 방책을 주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북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이 토지 임대료와 근로자 임금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지만 이 기회에 북의 행동 패턴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저들이 현대아산 직원 A 씨를 인질로 잡고 있는 판에 거금을 집어주면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을 볼모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내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3차 남북실무회담에서는 한미 정상의 합의가 말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깨우쳐줘야 한다. 미국이 독자적 대북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대북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우리가 미일보다 무른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범세계적 차원의 미래협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에겐 안보가 사활의 문제이지만, 안보를 다지기 위해서도 미국과 다각적 전략적 협력이 절실하다. 공동비전에는 우주협력 강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처럼 한미동맹을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원칙들이 망라돼 있다. 정상들이 밝힌 원칙을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파트너가 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 국민에게 한미동맹이 지향하는 미래상을 설명하고 비판적인 세력을 설득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대목을 동맹비전에 담은 것은 의미가 크다. 이것은 국내외 어떤 세력의 저항에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국가 지향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미 민주당 측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고 비준 시점과 각론에서 미묘한 인식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총론 합의를 바탕으로 반드시 의회 비준을 성사시켜야 한다.

양국 정상이 미뤄놓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문제와 아프간 파병에 대한 논의에서도 한국의 안보불안과 지원능력을 충분히 고려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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