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의미 없는 공방을 계속하는 사이에 현대아산 근로자 A 씨는 오늘로 북한 억류 82일째를 맞는다. 다음 달 2일이면 억류기간이 94일로 늘어난다. 북한은 A 씨를 붙잡아놓고 월급 300달러로 인상,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지불을 요구하는 인질범 같은 행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억류 근로자 문제가 개성공단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어제 회담에서도 북측에 “최우선 과제인 근로자의 조속한 석방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의 상태나 소재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북측으로부터 구체적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북측은 우리 대표단이 가지고 간 A 씨 가족의 서신 접수도 야멸치게 거부했다. 남과 북이 내놓은 새로운 제안도 사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곁가지처럼 보인다. 우리 대표단은 중국 베트남 등 제3국의 공단을 남북합동으로 시찰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은 지난해 12월 1일 단행한 육로 통행 및 체류 제한 조치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아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 마찬가지로 공허하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냉정하다. 미 해군은 미사일 또는 핵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국적 선박 강남호를 17일부터 추적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미 금융회사에 북한의 은행과 기업 관련 계좌의 국제금융거래를 철저히 경계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제재 결의 1874호 이행에 착수한 것이다. 위협과 보상으로 이어진 북한의 행동패턴을 깨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협상전략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어설픈 미봉책으로 적당히 수습하려는 생각을 한다면 인질을 잡아놓고 협박하는 북한의 행동패턴을 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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