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중인 A 씨 문제부터 해결을
사실 현대아산 직원 A 씨가 억류된 지 80여 일이 지나도록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임금을 갑자기 4배로 인상하고 토지임대료를 31배로 올리겠다는 북한의 주장은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우리가 문을 닫으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은 정치적 결단으로 개성공단을 만들어줬는데, 괘씸하게 남측은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작금의 개성공단 사태는 이전에 충분히 예상되었다. 남북한 공동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사이에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심했지만 현상유지를 위해 덮어두었을 뿐이다. 이제야 북한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으며, 우리는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기왕에 고치기로 마음먹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억류 중인 A 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만일 A 씨가 북한의 주장대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우리는 사과하고 북한이 선처해주기를 요청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보석금이라도 지불하고 신변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은 A 씨의 접견을 허용하는 순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의 신변보장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북한은 토지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이유로 안보적 가치를 들고 나왔다. 키리졸브 훈련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의 통행을 일주일 이상 제한했다. 안보적 위협은 북한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전략적 요충지에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북한이 느끼는 안보적 위협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임금문제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북한근로자 1명당 월평균 70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북한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개성의 북한근로자들은 공식환율(1달러에 북한 돈 약 150원) 기준으로 약 30달러, 즉 4500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북한에서 주로 통용되는 시장환율(1달러에 북한 돈 약 3500원) 기준으로 1달러 조금 넘는다. 우리는 달러로 북한당국에 임금을 지불하지만 북한근로자들은 북한당국으로부터 북한원화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근로자의 능력을 감안해서 300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북한 스스로 근로자들의 능력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지 않으면서 우리한테는 적정하게 보상하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심각한 노동착취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누구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임금 직불이 실현되면 숙소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북한근로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게 되면 외지 근로자들도 개성 지역 숙소에 돈을 내고 머물 수 있다. 개성시민들은 숙박비 수입을 위해서라도 급한 대로 숙소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北측 무리한 요구는 바꿔나가야
지금 개성공단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워낙 출발점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개성공단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미래를 위해 무리한 북한의 요구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하지만 아무리 북한에서의 특수상황이라 해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바꿔야 한다. 남북한이 개성공단을 지속해 나가길 원하고 있다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한 힘든 작업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혜롭게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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