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국회의원, 정당은 정치를 위해 존재한다. 정치의 주체들이 본업을 방기(放棄)한 채 국민 세금만 축내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고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정치는 이런 갈등이 공동체의 균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관리 조정 해결할 책무가 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통제되지 않은 갈등이 사회 분열을 촉진하면서 오로지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증오가 판을 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로 이와 비슷하다. 도처에서 이 편, 저 편으로 갈려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저주와 욕설이 난무하고, 일방통행 식 주의주장만 넘쳐난다. 자기 성찰이나 이해와 관용은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게 남의 탓이다. 정치라는 갈등조정 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서 철부지들의 ‘사이비 정치’가 분출하면서 나라가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하다. 민주당은 일방적 요구사항을 담은 이른바 5대 선결조건을 내세워 국회 개회를 가로막고 있다. 국회를 열어 논의하면 될 텐데도 막무가내다. 심지어 한나라당이 단독 국회를 열어 미디어 관계법안을 처리하면 “정권타도 투쟁으로 갈 것”이라고 협박한다. 민주노동당은 어제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화와 타협, 다수결 원칙을 거부하고 정치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든 야당들의 횡포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독재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꽉 막힌 정치의 길을 틔우는 방향으로 국정 쇄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정 쇄신은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도 중요하다. 한나라당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정치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자 국회 의석의 과반을 훨씬 넘는 170석의 다수당이 야당과 일부 국민의 눈치나 살피며 제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 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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