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걸 그룹' 중 유독 '소녀시대'가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왜일까? '소녀시대'의 성공 전략을 '비빔밥 경제학'으로 풀어 보았다.
최근 '세계경제전쟁, 한국의 길을 찾아라'를 펴낸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69)는 한국인의 경쟁력으로 '비빔밥 전략'을 꼽았다.
송 교수는 "비빔밥 문화에서 보듯, 한국인은 다양한 재료를 섞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능하다"며 "한국인의 뛰어난 융합 능력은 한국 경제의 독자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세계를 제패한 한국 휴대전화의 경쟁력은 음성 통화 뿐 아니라 계산기, 시계, MP3, 카메라 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은 융합 기기라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나물의 고유한 맛이 고추장과 어우러져 비빔밥의 맛을 내듯 한국 경제는 '비빔밥 전략'으로 한국만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녀시대' 역시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비빔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에 음반을 발표하면서 '컴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들은 함께 무대에 서지 않는 동안에는 각자 쉬지 않고 연기자, MC, OST 가수, 듀엣 결성 등 개별 활동을 해 왔다.
먼저 윤아는 KBS 1 '너는 내 운명'에 이어 최근 종영한 MBC '신데렐라 맨'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연기자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리더 태연은 MBC 라디오 '태연의 친한 친구' DJ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쾌도 홍길동', '베토벤 바이러스'의 OST를 불러 히트를 쳤다. 수영은 MBC '환상의 짝궁'에서 공동 MC를 맡고 있으며 티파니와 유리는 MBC '쇼! 음악중심' MC를 보고 있다. 수영과 티파니는 함께 '더 블루'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나머지 멤버들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다. 막내 서현은 주현미와 함께 트로트 듀엣곡 '짜라자짜'를 발표했고 제시카는 박명수와 '명시카'를 결성해 신곡 '냉면'을 내놓는 등 '소녀시대'와 짝지어 노래 부르기도 유행이다. 최근 종영했지만 '소녀시대' 멤버 전원이 번갈아 출연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공포영화제작소'도 있다. '소녀시대'라는 브랜드 아래 있지만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하므로 공백 없는 활동에도 식상하지 않다.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올해 일사분기 매출액이 14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3%나 늘어 영업이익 18억 원, 당기순이익 28억 원으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송 교수는 융합 전략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 각각의 기능이 일정 수준에 달해야 하며 둘째, 융합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다시 휴대전화로 돌아가면 통화, 계산기, 시계, 카메라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연아폰' '햅틱폰'처럼 기능을 포괄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송 교수는 "소녀시대와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려면 멤버 각자가 홀로 설 만큼 재능이 있어야 하며,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주는 분명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그룹 멤버들의 개별 활동은 금기시 되었으나 요즘에는 '소녀시대' 외에 다른 그룹들도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한다. 음반 시장이 몰락하면서 음반 판매만으로 투자비용을 상쇄할 수 없게 되자 나타나게 된 큰 흐름 가운데 하나다. 이 중 '소녀시대'의 성공이 독보적인 이유는 바로 멤버들 각자의 재능과 끼가 뛰어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소녀시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