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개념은 1970년대 말 서유럽의 복지국가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함께 적극적 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고실업구조의 장기화, 경기침체와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복지국가의 축소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 사업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는 5만5000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국내에서는 민간의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출발했지만 2년 전 7월부터 노동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확대돼 전국에 244개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한다. 일부 사회적 기업은 이미 자립기반을 확보하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 영리기업과 자선단체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조직이어서 두 조직의 장점을 잘 계승하면 성공하지만 두 조직의 단점이 조합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마인드와 경영마인드를 동시에 겸비한 유능한 지도자가 경영을 잘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없이는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비영리 부문은 전통적으로 정부와 공공재원에 많이 의존했으나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공공재원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사회적 기업의 창업과 고용 유지를 위해 공공재원 이외의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늘 큰 부담이다. 이를 위해 착한 기업의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 제품의 구매와 전문자원봉사 참여가 필요하다.
착한 시민의 착한 소비가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원래 착한 소비는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여 독과점 자본시장에서 소외된 노동자에게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영국에서 시작한 소비자 운동이다. 지금 당장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 소비에서 건강과 환경, 사회를 고려한 이타적 소비로 진화하는 일이 착한 소비 행태이다. 지역의 착한 시민이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해주는 착한 소비를 해준다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면서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적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는 점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다.
나아가 착한 시민의 전문자원봉사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외국에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전문 인력과 전문기관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보노’ 자원봉사를 통해 많은 사회적 기업을 살려내고 있다. 프로보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인력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전문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노력을 활성화하기 시작한 사회적 기업에 보탠다면 고실업 사회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