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중국은 어떤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과 관련된 조치들은 북한의 민생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행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아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북한의 민생과 경제 무역교류, 인도주의적 원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비록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의하긴 했지만 적극적인 의지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미국의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도 “중국은 대북제재보다 북-중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너무 압박하지 않는 것이 북한의 민생을 돕는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중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북한을 친구이자 동맹국이라며 이런 식으로 감싸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북한에서 넘어오는 탈북자가 현재 중국 땅에만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많은 처녀들이 중국의 농촌 총각들에게 팔려가고 있다. 북한이 지금처럼 핵 보유의 길로 가면 북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한때 중국보다 잘살았던 북한은 중국이 세계 경제 강국이 되는 동안 빈털터리가 됐다. 탈북자 ‘인권 비극’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데도 탈북자의 월경을 막고 적발된 탈북자를 돌려보내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대북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우리는 폐허다. 더 잃을 것이 없다”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벼랑 끝 발언을 일삼는다고 한다. 북한이 이처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역할이 컸다.
중국은 북한이 개방사회로 나오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지금처럼 외곬으로 가는 것을 방치했다. 지금도 북한에 대해 ‘핵개발은 안 된다’는 명확한 의지와 회초리를 들기보다는 추가 핵개발의 시간만 벌어주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맹국이 가장 해로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이 지금처럼 북핵 이후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면 북한은 빈곤과 퇴락으로 가든 말든 결국은 자신의 영향력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최고의 국가이익으로 삼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 일본정책연구소 왕충(王沖) 객원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근거로 미국과의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들었다. 왕 연구원은 “완충지대가 없어진 후 미 항공기가 압록강을 넘어 중국 국경지방을 정찰 비행하는 것을 바라는 중국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 작다 논란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73%로 높아졌다. 북-중 국경에 가보면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둔 중국이 북한에 못할 것이 무엇이랴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없거나 작다고 어느 중국 고위 지도자도 말한 적 없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중국이 지금이야말로 준엄하게 북한의 잘못을 꾸짖고 더는 오도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국 이익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씻는 것이며 진정으로 친구이자 동맹국인 북한을 위하는 길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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