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일권]IT전력망 ‘스마트그리드’는 새 성장엔진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6분


이명박 대통령 방미 기간에 북핵 문제 등 큰 이슈에 가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양국 간 매우 의미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와 미국의 스마트그리드협회(GWA)의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과 한국 지식경제부와 미국 에너지부(DOE)가 정식 교환한 에너지분야 협력 의향서(SOI)가 그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전력 공급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을 막고 효율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전기 공급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가히 전기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는다.

스마트그리드 도입 및 기술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005년부터 에너지 안보 및 신재생에너지원의 확대 차원에서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추진한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와 더욱 적극적이다. 지능형 전력망을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으로 놓고 시행을 장려한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전력안정화 설비 교체 등의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24만여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도 스마트그리드 조직을 만들어 국가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이노베이션 저팬’이라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스마트그리드 경쟁이 우리에게도 절실한 이유를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녹색성장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 손실을 막아 탄소 배출을 줄여주고 추가적인 발전소 건립을 자제하게 한다. 일방적인 전기 공급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도, 독일, 캐나다에서 1년간 사용 가능한 전력이 손실된다. 한국은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일본보다 많고 낭비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9000억 원에 이른다. 기본적인 전력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방식을 최적화하지 못한 점이 우리나라 전력망의 문제점이다.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가 크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시행과 함께 송배전 인프라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며 분석센서, 첨단 계량기, 기타 정보기술(IT) 관련 장비 등의 신규 산업이 창출된다. 가정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손쉽게 사고파는 시장이 등장하고 에너지 저장 솔루션 시장이 생긴다.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자동차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 출범 당시 IB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분야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23만9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정부도 스마트그리드 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68조 원 규모의 내수시장을 창출하고 5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세 번째는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혜택 측면이다. 스마트그리드의 도입으로 일방적인 전기 공급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된다. 소비자와 전력공급자의 쌍방향 전기 공급이 가능해지면, 소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시간대별 전기료를 파악하고 전기를 필요에 따라 골라 쓰는 지능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

치열한 경쟁이 불붙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정부의 발 빠른 정책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 잰걸음을 옮겨 나간다면 녹색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손일권 한국IBM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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