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욱]사교육 대책, 정부기관이 맡아야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8분


정두언 의원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주도하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은 학생과 학부모의 큰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갖게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대통령 임기 내 ‘사교육비 절반으로 줄이기’ 공약이 정부 출범 1년여 동안 별 진전이 없었는데, 경제위기 속에서 중·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사교육비 경감 등 교육개혁이 다시 주요 정책의제로 부상했다.

교육정책 핵심이 ‘외곽’서 진행

곽승준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장이 4월 말에 학원교습시간 제한 법제화 등 사교육 축소를 위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나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 여당 내외의 반대 속에 힘을 잃었고, 결국 이달 초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 정책의 연장 수준인 온건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 의원 주도의 개혁 방안은 사교육비 경감대책 추진에 속도를 내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힘입어 수능 과목 축소, 내신반영비율 약화 등 교육개혁 공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제는 학교교육 정책의 핵심인 입시와 사교육 규제에 대한 방안 검토가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체계 바깥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교육 관련 대통령자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과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미래기획위원회가 교육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여당 의원 및 여당 정책연구소가 매우 구체적인 교육개혁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어색하게 여겨진다. 소위 교육개혁 설계자들이 교육계와 교육정책 추진체계 전체가 교육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비판 발언을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정부 여당 내에서 개혁 주체와 개혁 대상으로 편이 갈라져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듯이 비치기도 한다.

사교육비 절감, 학교교육 내실화, 입시제도 개선은 서로 분리될 수 없고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사안이므로 특공대 작전하듯이 추진될 수는 없다. 소관이 아닌 기관이나 부서가 일을 맡아 하는 경우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이어야 한다. 소관이 아닌 주체가 이슈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일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기관은 역시 소관 정부기관이다. 곽 위원장과 정 의원이 개혁안을 발표하기 전에 교육과학문화수석실, 총리실, 교과부와 협의했는지, 또 지난 1년 동안 교육개혁 설계 집단과 교육 정책기관 간의 협의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 학원교습시간 제한 등의 일부 조치에 대해 국민의 찬반 의견을 물어가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과정은 합리적 정책검토 과정을 제약할 수 있다. 교과부의 방안이 학원가의 로비 결과라는 인식은 교육개혁에 대한 불필요한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가 필수

입시와 사교육같이 민감한 분야의 정부정책은 전문적인 검토와 이해관계자의 의견 조율을 거친 후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그동안 나온 대안을 놓고 개혁설계 집단과 교육담당 정부라인 간에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미래기획위원회, 교육과학문화수석실, 교과부, 그리고 이들 기관이 운영하는 선진화 TF에 참여하는 전문가가 모여 정부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기관 간의 협의와 합의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장, 교과부 장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정부안이 나온 후에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수정, 보완된 정부 여당안을 마련하는 일이 순서이다. 교육종사자, 이해관계자, 야당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그 다음이다. 교육개혁의 방향이 자율과 자치를 통한 공교육의 내실화이므로, 소수가 서둘러 끌고 가기보다는 조금 늦어도 다수가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