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의 평화적 이용 위한 재처리 허용돼야

  • 입력 2009년 7월 3일 02시 59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과 미국 간에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원료의 공급이나 쓰고 남은 원료의 처리문제에서 상업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모든 가입국의 평화적 핵 이용을 불가양(不可讓)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NPT 가입국으로서 당연히 이런 권리를 갖고 있지만 1974년 체결된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상당 부분 포기했다. 1992년에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통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재처리 등 평화 목적의 핵개발까지 포기한다’고 명시했다. 미 국무부의 앨런 타우셔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한국이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과 핵 보유 선언으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의미가 없어진 마당에 평화적인 핵 이용마저 제한 당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일각에서 핵 주권과 연관해 원자력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2014년 완료되는 원자력협정의 개정작업이 2012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핵의 ‘평화적 이용’을 기본 원칙으로 개정을 적극 추진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한국은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세계 5위의 원자력 사용국이다. 원자력은 기후변화와 고유가에 대비하는 가장 효율성 있는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원자력발전소 8기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10기를 추가 건설해 원자력 전력비중을 36%에서 59%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은 작년 말 현재 약 1만 t의 사용 후 핵연료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그 양이 700t씩 늘어나고 있다. 재처리가 불가능해 원전 수조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지만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다. 재처리를 하면 사용 후 핵연료의 94.4%를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 인도,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에 대해선 미국산 핵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만 계속 금지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 핵무기 개발이나 핵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 그런 의혹을 불식할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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